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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교수 칼럼] 진퇴양난에 빠진 우리 농업을 구하는 방법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 입력 2020.02.17 16:29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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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우울한 소식뿐이다. 농촌이 처한 현실을 말한 것이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잊을 만하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축산 농가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현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확산으로 학교의 졸업식과 크고 작은 행사가 연이어 취소되어 화훼농가의 피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례없는 3차례의 가을태풍으로 농업시설과 농작물 피해가 많았다. FTA 발효확대로 농축산물 수입액은 2014년 320억2000만 달러에서 2018년 말 352억700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 바람도 농촌의 큰 문제다. 2018년 65세 이상 농가 고령인구비율은 44.7%로 지난 2000년 17.0%에 비해 27.7%p 증가했다. 농업인 2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뜻이다. 도시와 농촌의 심각한 소득 불균형도 문제다. 2018년 기준으로 농업인의 소득은 도시근로자의 60%정도에 불과하다. 기초의료 서비스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곳도 많다. 그렇다고 농업을 외면할 수도 없다. 진퇴양난의 농업을 구해야 한다. 다행이도 최근 귀농․귀촌 바람이 불면서 우리 농촌의 희망이 되고 있다. 떠나는 농촌이 아닌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어야 할 때다.

돌아오는 복지농촌을 만드는 첫 번째 비결은 마을공동체다. 많은 은퇴자와 젊은이들이 전원생활을 꿈을 안고 농촌에 와보면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잘 정착해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지역주민들이 서로 잘 융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해결책은 마을공동체의 복원이다. 상호 신뢰 속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마을공동체야말로 매력적인 귀농․귀촌의 중요한 요소다.

공동체 기반이 마련됐으면 이제는 6차 산업화를 통해 농가 소득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해서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체험과 관광 기회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령우유 영농조합법인의 경우 우유생산은 물론, 요거트, 밀크티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현장체험과 동시에 직판을 병행해 2017년 1억 원 정도였던 소득이 2018년 43억 원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스마트농업도 확산해야 한다.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하고 고품질 먹거리 생산을 위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시설, 노지, 원예, 과수, 축산 등에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드론, 자율주행농기계 등을 적용하면 우리 농촌의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추가적인 소득향상 방안으로 장기적인 수출전략을 수립하는 방법도 있다. 영농의 규모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고품질 우수농산물을 생산하여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면 FTA는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우리 농산물을 수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촌의 사회복지 및 문화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생활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렵게 돌아온 농촌에서 다시 떠나고 싶을 것이다. 유아보육시설, 학교, 문화 및 여가시설, 교통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농촌 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도 도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병원과 개인단위 의료봉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응급의료 시스템과 지역 병원 설치를 확충해야 한다.

진퇴양난.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 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다.” 독립운동 이전에 이미 농민운동가였던 윤봉길 의사가‘농민독본’에 남긴 말이다. 농업은 생명의 보고(寶庫)로 영원할 것이다. 이제 농업이 경제적 가치를 넘어, 대한민국의 환경과 생태의 공공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농촌의 공동체가 회복되도록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걱정 없이 농사짓고 안정된 소득보장으로 농업인들의 열정과 헌신이 정당하게 인정받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든든하게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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