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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교수 기고문 "한국 정원과 일본 정원의 다른 점"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 입력 2020.01.14 23:09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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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경치가 아름답고 유명한 정원들이 많다. 이시카와현(石川県)의 켄로쿠엥(兼六園), 이바라키현(茨城県)의 카이라쿠엥(偕楽園), 오카야마현(岡山県)의 코오라쿠엥(後楽園)이 일본의 3대 정원이다. 이들 정원은 자연의 풍경을 축소하여 상징적으로 재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연못을 중심으로 토지의 기복을 살려 다리를 놓고 다정(茶庭), 등롱(灯籠) 등을 배치하였다. 정원에 돌, 흙 등을 쌓아 산처럼 꾸미고, 초목을 두어 자연과 함께 사시사철 경치를 즐긴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축소하여 정밀한 묘사를 했기 때문에 한곳에 머물며 눈으로 바라보며 즐기는 감상식(感想式) 산책정원이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무위자연설을 근간으로 하는 도교(道敎)의 영향을 받아 자연과 신비가 강조되었다. 자연 상태를 그대로 이용해 운치가 있고 자연스럽게 보고 즐기도록 만들었다. 정원 안에 건축물 모두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일부가 되도록 했다. 우선 자연이 위주가 되고 필요할 경우에만 개발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창덕궁 낙선재의 후정(後庭)과 경복궁 교태전 아미산이다. 우리나라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연못이다. 정원 터가 연못을 팔 형편이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지어 연못에 심은 연꽃을 보게 되어있다. 연못을 팔 수 없는 동산에서는 산정(山亭)을 짓고 연못 대신 석지(石池)를 놓고 연꽃을 심었다. 냇물이 흐르면 계정(溪亭)을 지어 냇물을 보며 즐겼다. 이렇듯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정원을 만들며 억지로 꾸미지는 않았다. 이 특성은 나무를 심는 데에도 잘 나타나 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정원에 결코 늘 푸른 나무나 잔디를 심지 않았다. 봄이면 움트고 여름이면 잎이 무성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들며 겨울이면 힘찬 가지에 눈꽃이 하얗게 피는 활엽수를 대부분 심었다. 이처럼 건축물이나 뜨락 모두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 자연대로 살고자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원의 구성 원리이며 특징이다.

조형미를 강조하는 일본의 정원과 자연미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정원을 비교해보면 두 나라의 민족성까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한 정원에 가보면 찻집들이 꼭 있다. 일본인들은 차를 한잔 마시면서 정원을 관조(觀照)하는 것이다. 즉 차와 정원의 맛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정원 안에 들어가서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선비들이 즐긴 것은 집안의 정원이 아니라 ‘누각(樓閣)’과 ‘정자(亭子)’이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산과 강이 흐르는 곳이면 그것들을 바라 볼 수 있는 정자가 있다. 또 이곳에 주택을 짓고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평론가 요시무라 데이지(吉村貞司)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원인 비원을 보고 “비원은 낮은 구릉(丘陵)에 신록의 잡목이 알맞게 무성했다. 나는 이 명원을 걸어 다니면서 뜰을 걷고 있음을 잊었다. 너무나도 구릉 그대로이며 자연림 그대로이다. 나에게는 정원이전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산 그 자체는 아무리 경관이 좋아도 정원은 아니다. 그것이 일본인의 감각이다.”이렇듯 일본인들은 그 크기에 놀란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정원인지 구별을 못한다.

일본인들은 정원을 무척 좋아 한다. 그래서 나이든 일본인들은 아무리 집이 오래되고 낡았어도 아파트보다 조그만 축경정원(縮景庭園)이라도 있는 일본식 집에서 살려고 한다. 항상 집 주변을 깨끗이 하고 꽃과 나무와 함께 생활하려는 그네들의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일본은‘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모양’이다. 한편, 이러한‘녹화문화(綠花文化)’가 정신적 안정으로 이어져 장수의 꿈을 이루는 것 같다.

지금 우리 국민들도 화초나 나무를 가꿀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집을 좋아한다. 이는 자연과 함께 호흡을 같이하며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현상으로 보여 져 매우 고무적 이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생활수준은 향상되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전해져 몸과 마음이 피곤해져만 간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정원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 꽃과 정원이 어우러져 인간의 마음이 풍요롭게 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훈훈한 정이 넘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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