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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는 군화와 수륙양용 장갑차의 침수

  • 입력 2010.09.06 06:04
  • 기자명 서울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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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난 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해병대 성(性)희롱 사건 등 군기가 빠졌다는 얘기는 오래전 얘기이다. 국방부가 8년의 연구기간을 거쳐 개발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신형 전투화가 실제로는 뒷굽이 떨어지거나 물이 새는 등 불량품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 국방부가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했다며 자랑하던 K21 수륙양용 장갑차의 침수 사고로 군인 1명이 아까운 생명을 잃은 지 불과 1개월여 만에 군사 전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차세대 주력인 K2 흑표 전차의 결함 등 끊이지 않는 불량·저질 군수품에 국방부는 무엇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 계속 발생되고 있어 국토방위에 문제는 없는지 걱정스럽다는 여론이다.
국방부는 신형 전투화에 대해 지난해 7월 기존 제품보다 방수기능이 4배나 높고 통기성도 대폭 향상됐다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작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신형 전투화 43만6,750켤레 중 1%에 가까운 4,035켤레가 불량품이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납품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전혀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시켰다.
K21 장갑차나 K2 흑표전차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장비에 치명적 설계나 부품 결함이 있었는데도 국방품질원 등은 심사과정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저질 돼지고기와 김치 불량품 등 군납사건도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전투력, 심지어 생명과 직결되는 군수물자 납품에 왜 끊이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신형 전투화의 경우 문제가 된 바닥창의 납품업체가 다른 업체로 바뀌었는데도 군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눈을 감았다. 검수기관과 납품업자 간의 비리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국방부의 검수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의 부실 검수에는 우리 군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군수업체의 납품에는 전직 군 고위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관계하고 있어 군납 계약부터 검수까지 제대로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 군의 불투명한 군수품 납품체제가 불량 신형 전투화를 만들고 물에 가라앉는 수륙양용 장갑차를 만든 셈이 됐다.
국방부는 신형 전투화가 물이 샌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확인하고 감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각종 군수품 불량납품 사건의 당사자다. 수 십 년 동안 ‘우리끼리’ 문화에 익숙한 국방부가 어떻게 문제점을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겠는가?
그런 만큼 이번에는 감사원이 나서 군수조달 체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불량 군수품 납품 재발 방지를 통해 군 전투력을 향상하고 세금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송영선 의원은 “신형 전투화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과정에서 품질인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요즘 군대에선 과거와 달리 선임이 첫 휴가를 나가는 후임 병사 군화를 반들반들하게 닦아 준다고 한다. 물새는 군화가 ‘우리 군화’ 얼굴에 흙칠을 한 것이다.

심상인 / 경기동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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